그렇더라

Posted 2012.07.19 13:37, Filed under: 푸른 노트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어느 쪽이 옳은가. 니체의 영원한 재귀는 무거움이지만 실제요, 진실이다. 반면 우리의 삶은 단 한번이기에 비교도 반복도 되지 않아 깃털처럼 가볍다.

 

질투 없이는 사랑할 수 없는 약한 테레사, 사비나의 외로운 삶. 토마스에게 테레사는 무거움이요 사비나는 가벼움이다.

 

영원한 재귀는 아주 신비스러운 사상이다. 니체는 이 사상으로 많은 철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그 언젠가는 이미 앞서 체험했던 그대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는 것! 이 어처구니없는 신화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영원한 재귀, 이 신화는 그것의 부정적 이면에서 우리에게 말해 주는 바가 있다. 영원히 사라져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삶은 하나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은 아무런 무게도 없는 하찮은 것이며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삶이 아무리 잔인했든, 아름답거나 찬란했든 그것은 마찬가지다. 그와 같은 잔인한, 아름다움, 찬란함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으로, 우리는 이러한 것들에 조금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것은 마치 14세기 아프리카에 있었던 두 나라간의 전쟁과 같다. 비록 전쟁에서 30만명의 흑인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죽었다 하더라도 이 전쟁은 세상 상황을 아무것도 바꾸어놓지 못했다.

 

토마스는 자신에게 말했다. 여자와 잔다는 것과 여자와 잠든다는 것은 두 가지 상이한 열정일 뿐만 아니라 정반대의 열정이야. 사랑은 성교행위의 욕구에서 표명되는 것이 아니라(이 욕구는 무수한 여자에게 해당된다), 공동의 수면 욕구에서 표명된다(이 욕구는 오직 한 여자에게만 해당된다).

 

그는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잘 알려진 신화를 회상했다. 처음에 인간은 반음양자(半陰陽者)였다. 후에 신은 그들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그 후 이들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서로를 찾는다. 사랑은 우리들 자신의 상실된 반쪽에 대한 동경이다.

 

우리들 각자가 세상 어디엔가, 옛날 언젠가 하나의 육체를 이루었던 파트너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토마스의 제2의 이 분신은 그가 꿈꾸었던 그 처녀이다. 다만 누구나 자기의 제2분신을 결코 다시는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우리에게는 테레사와 같은 여자가 바구니에 담겨져 물위에 띄워 보내진다. 그런데 만약 우리에게 정해진 여자, 즉 자기 자신의 제2분신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누구를 우선할 것인가? 바구니에 담긴 여자를, 아니면 플라톤의 신화에 나오는 여자를?

 

그래서 그녀는 어느 날 유언장을 썼는데 거기에서 그녀는 자신의 시체를 화장하고 그 재를 바람에 흩날려 보내도록 결정했다. 테레사와 토마스는 무거움의 표지 밑에 죽었다. 사비나는 가벼움의 표지 밑에 죽으려 했다. 그녀는 대기보다 더 가볍게 될 것이다. 파르메니데스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는 변화이다.

 

그가 나를 사랑하는가? 그가 나보다 어느 다른 누구를 더 사랑했는가?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그는 나를 사랑할까? 사랑을 문제 삼고, 사랑을 측정하고 탐사하며, 사랑을 조사해 보고 심문하는 이들 질문은 모두가 사랑이 이미 싹도 트기 전에 그것을 질식시켜 버린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사랑할 수 없다는 것도 가능한 말이다. 바로 그 이유는 우리가 사랑받기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아무 요구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로 다가가 그의 현존 이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대신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엇인가를(사랑을) 바라기 때문이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맴돌지 않고 직선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왜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가 하는 이유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반복을 갈구하는 소망이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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